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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픔을 극복한 미학

   아픔을 극복한 미학

                      劉秉根 시인

박송죽 시인의 시는 대체로 예술적인 측면과 종교적인 측면의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다.
김치를 담그고 밥을 짓던 손, 천주 앞에 엎드린 경건한 손으로 시를 빚는 시인의 시작행위에서 여성 특유의 시적 미감을 앞질러 점 칠 수 있다.
그러나 박 시인의 시편에 흐르는 시정신의 어떤 것은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나긋한 가락이라기보다, 강인한 시정신으로 스스로를 가혹하게 매질하는 색채 짙은 예술 감각을 도도하게 깔고 있다.

곁 껍질을 벗고 있는
아린 살갗
생의 반점 위에
새떼가 난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원<圓>을 그리며 날고 있는
그 초점 안에 살아나는 아침.

다홍빛 물감 짙은 캠파스에
봇물  터진 청 과일이
마 악 익고 있었다.
      =악보 =

깔끔한 한 폭의 미학이다. 신선한 아침 풍경의 스켓치를 담은 캠파스 가득히 <봇물 터진 청 과일이 마 악 익고 있는 >  달콤한 미감이 정갈하게 넘친다. 어느 과수원의  정경이랄까?. 이 과수원에서 이는 바람은 잔잔한 교향곡이다. <청 과일이 마 악 익기>까지 박 시인은 겹 껍질을 벗고 있는 아린 살갗>의 아픔을 속으로 짓누른다.
대저 시 작업은 아픔을 극복하여 새 아픔의 미학을 제시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새떼가 난다 > <초점 위에 갈아나는 아침>등의 언어처리는 정물에 자칫 빠지기 쉬운 위험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재치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깐이다.
박 시인의 치열한 시정신은 다시 허망의 먼 노을 속으로 깊이 빠진다. 절망하고  절망을 극복하는 시정신의 끈질긴 반복에서 눈을 뜨면 다시 허망한 양상이 앞을 막는다.
그것은 어쩌면 허깨비인지도 모른다.

이장<移葬>된 잠의 뿌리께에서
원색 바다가 열리고
열린 바다의 갈피 사이에  
         = 생략=

살찐 까마귀 한 마리
심장을 겨냥하고
인광의 불빛 속에서 타고 있는
옛 마을이 가물거리는 남포불 사이에서
떨고 있었다.

      ==옹관장 <甕棺葬>==일부

깊은 절망상태에서 박 시인의 눈에 얼비친 것은 하늘에 스쳐가는 <살찐 까마귀 한 마리> 였다.
까마귀의 음산한 울음을 들으며 어느 날 박 시인은 저녁놀이 비낀 언덕에 섰으리라.
놀 속에서 깊은 죽음을 보고 시신을 떠맡은 옹기그릇을 본다. 싣달타가 어느 날 궁 밖에서  보았다는 인간세계의 회 노 애 락을 박 시인은 시적 상황에서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은 퍽 자연스런 밥상이다. 죽음을 초월할 수 없을까. 죽음을 죽음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그 해답을 박 시인은 다음의 몇 줄에서 찾고 있다.

허공 중에  울리는
저 북소리
남 모르게 네가 울다 가고
그대 울음소리에
나 또한 자리를 뜸세
보이지 않게 왔다 흔적 없이 가는
이승마을 저승마을.

       ==윤회1곡 <輪廻一曲> 일부

시는 어쩌면 신통력이다. 시의 주술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힘을 갖는다. 시가 시대를 앞질러야 한다는 말도 이런 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술을 들고나선 박 시인은 무수한 무속 신과 얼굴을 맞댄다. <굿> <부적> 등 원색의 언어들이 가랑잎처럼 쌓이고 쌓인다. 가랑잎 속에 죽음을 초월한 길이 보이던가. 그러나 무속은 박 시인이 천주에로 가는 한 과정에 불과했다. 다양한 시 세계를 체험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박 시인의 노력은 시와 더불어  값진 보배라겠다
어느 날 박 시인은 천주 앞에 무릎을 꾼다.
내가 神의 제단 앞에  다가설 때
神의 제단은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해후 ==일부에서 박 시인의 고백에 귀를 기우리면 박 시인이 얼마나 인간적인 고뇌에 머리를  싸매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고뇌는 <실오라기 보다 더/ 가느다란 불빛 속에서 타고 있는/ 나를 발견/> 했을 때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까.
이 글의 첫머리에서 본 두 가지 양상. 즉 예술적인 측면과 종교적인 측면의 뜻이 어렴풋이 안개를 벗는다.. 이렇게 보면 박 시인의 고뇌는 예술에의 귀의와 천주에의 귀의를 둘러싼 치열한 내부갈등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박 시인의 이 갈등을 초혼가 같은 시로 처리한다.
오직 시만이 시인의 갈등을 초극하는 한잔 술이라면 높이 잔 들고     박 시인의 독자적인 시 세계추구에 귀를 기우릴 일이다.

바람아 돌개바람아
내 영혼 데불고
어디로 가니
동래산성 미나리깡에
빠져 죽은
아년의 달아
어리둥데 얼레 춤에
놀아나던 쭉박 달아
생피 뜯어 영혼의 깃에 묻고
원귀 불러 칼춤 추며
올베실로 묶어 놓고
주리난장 틀던 달아
달아!
봄은 몇 번
영혼의 귀밑 볼에 입맞춤했는가.
         ==미나리깡에 지는 달아 ==

           1980년 <현대시학 >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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