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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삶의 상처와 생명적 가치의 포옹


          삶의 상처와 생명적 가치의 포옹
       -박송죽 시집 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나니-

                         임 종 성

시인에게 주어진 한 생애는 수없이 상처받고 그 상처를 지우려는 아주 애처롭고 힘든 도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에게서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환한 창이다.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데서 찾아지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열심히 끌어안는 데서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박송죽 시인의 새 시집<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나니>의 내면 풍경은 삶이 주는 상처와 거기에 따른 생명적 가치를 포옹하는 선명한 모습으로 그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든다.

황소 같은 뚝심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땀내저린 농부처럼
이랑이랑 삶의 이랑마다
건강한 행복 심어주리라
풋풋한 설레임으로
지나온 삶 끌어안고
온 전신 마비시키는 뇌졸중으로
세 살 먹은 어린애가 된
남편의 수족이 되어
안타까운 가늠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남들은 고통스러워
어떻게 견디느냐 동정하나
내 곁에 이렇게 나와 함께
살아 숨 쉰다는 것으로도
따스한 햇솜 같은 사랑으로
늘 감사한다.
-어둠에 눌러앉아- 전문

삶과 죽음은 연두빛깔 흐린 물결로 사람의 몸 속에 출렁인다.
시의 행간을 자상히 들어다보면 화자는 <온 전신 마비시키는 뇌졸중으로/ 세 살 먹은 어린애가 된/ 남편 수족이 되어/ 오늘을 살아간다.>가는 힘겨운 처지에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미덕은 막막한 상처의 호소나 단순한 상처의 과장이 아니라 전신마비 된 남편에 대한 무한한 헌신적 사랑에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살아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햇살 같은 사랑>으로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거나 자아를 확대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때문이다. 이러한 화자의 자세는 깊은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
본디 사람이나 나무는 죽어서 흙이 되는 게 아니라  별과 창이 상징하는 영원한 영혼의 세계인 하늘로 돌아가는 개체이다.
삶에 내장된 고통을 자기 스스로 껴안으면서 사랑의 힘을 빚어내는 화자는 대체로 내성적 힘을 구비한다.

어둠 속에 어둠을 안고
상한 살 서로 맞부비며
어둠의 난간에서 추위를 나는 세상
그 세상을 밝혀 줄
빛과 생명의 축이 되기 위하여
온 생을 다 바쳐 한 자루 촛불로 타고 있다.
아-
소망 속에 동이 트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통절한 아픔으로 건져 올리는
저 나무 십자가의 무게로....,
-나무 십자가 아래- 일부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 내부에 비쳐 나오는 화자는 <어둠 속에 어둠을 안고/ 상한 살 서로 맞부비며/ 어둠의 난간에서 추위를 타는 세상>을 견디며 <통절한 아픔으로 건져 올리는/ 저 나무 십자가의 무게>을 느끼고 있다.
사람의 생애도 나무가 사는 길과 다르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씨알 같은 죽음을 안고 품고 있다.

해 빛 눈부신 날 해 빛 쪼이며
그이를 땅에 묻고 혼자
팔년 만에 자유롭게 외출하며
밟아보는 땅이 낮 설어서
뒤둥 뒤둥 어린 아기 첫걸음이 된다.

창마다 어둠이 눌려
동서남북 캄캄한 밤이 되면
외딴 섬 무인도에

혼자 남아 추위를 타다
-그 어둡던 터널을 지나면서- 부분
너무도 멀고 아득한 삶의 긴 터널을 지나다 보면 무기력 증세에 빠져 들 수도 있는 것이.
한 사람과의 지상적 인연이 끝난 뒤 장례를 치르고 나서 허탈한 심경으로 밖을 나서는 화자의 걸음은 마치 땅을 처음 밟아보는 어린아이처럼 서툴다.
집집마다 처마에 켠 등불들이 모두 잠긴 깊은 밤에 화자의 내면은 마치 <외딴섬 무인도에 혼자 남아 추위>를 탈만큼 스산하다.
화자는 멀어서 아름다운 대상을 마음속에 묻고 살아간다. 이런 대상은 그저 아득한 곳에서 바라볼 일이다. 산 너머 강이나 먼 하늘의 별들처럼 손닿지 않아서 순결한 것은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말고 먼대로 그저 바라볼 일이다. 날이 저물자 아무래도 갈 곳이 없어 서성거리는 화자에게 길이 어서 집으로 가라 한다. 등불이 저렇게 환한 것은 자기 안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대가 내게 오는 길은
오래 오래 간직한
헐벗은 순수
진실 그대로의 아픈 포옹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매듭 풀지 못한 깊은 절망의 끝
-그대에게 가는 길- 전문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과    그대가 내게 오는 길은 모두< 오래 오래 간직한 헐벗은 순수/ 진실 그대로의 아픈 포옹>이다.
그리고 그 길은 <매듭 풀지 못한 절망으ㅏ 끝>이다.

아득하여라
깊이 잠든 나의 잠을 깨워
떠나온 곳 떠나갈 곳
출구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길이나 있는 길

아슬아슬 이어져 있는
내 감성과 감각과 지각으로는
도저히 찾지 못할 그 길
소리에, 소리에 맞춰
어둠에, 어둠에 묻혀
나 지금 여기 있네.
  --중략--

한결 당신 닮은 내가 되기 위하여
수락된 이 고통의 인큐베타에서
기다림의 시간에 침묵은
참으로 힘 겨웁네.

어제나 화려한 빛깔로
진공포장 하여 밀봉된 채
눈먼 아집으로 세상을 내통하는 나
누가 내 삶을 인도 하겠는가
누가 내 생명을 양육 하겠는가
진정 나를 찾기 위하여
진정 그대를 만나기 위하여
긴 여정의 나의 삶은
허기지고 고단하기만 하네.
-- 여정(旅程)- 부분

< 깊이 잠든 나의 잠을 깨워/  떠나온 곳 떠나갈 곳/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아득한 길은 감각과 지각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길이다.
화자에게서 삶은 <진정 나를 찾기 위하여/ 진정 그대를 찾기 위하여/ 긴 여정>으로 아주 허기지고 고단하다.

참으로 긴 날의 방황 이였습니다.
참으로 오랜 날의 이별 이였습니다.
어쩌다 집 잃고 부모 품 떠나ㅣ
빛바래진 담뱃진 나는 삶을 배냥에 메고
슬픔이 포장된 지친 걸음 피곤한 삶
상여 끝에 매달린 찢긴 바람 이였습니다.

때로는 출구마저 닫혀
동서남북을 헤아릴 수 없는
전신 마비된 삶을 배냥에 넣고
아리랑, 아리랑 고개
넘나들던 세월 이였습니다.
-어쩌다 외출 나와- 부분

참 자유가 교환되지 않는
하이얀 죽음의 너울을 쓰고
개 같은 세상에 개 같이 살며
차라리 삼복 무더운 봄날
부글부글 끓다 녹아내리는
뉘의 창자 속 참 자유이고 싶다. 컹컹컹
- 개 같은 세상에 개의 항변- 부분

<참으로 긴 날의 방황>이거나 <참으로 오랜 날의 이별>인 삶은 화자에게서는 <상여 끝에 찢긴 바람>이다.  이런 화자의 앞에 우뚝 솟아 있는<아리랑 아리랑 고개>는 닿을 수 있는 모든 길을 끊어 버린 것이다.
사람의 한 생애는 만나고 헤어지는 도정이다.
만나는 것은 나뭇가지에 새순 돋아나는 일이며 또 헤어지는 것은 잎이 떨어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만나고 헤어지는 몸짓은 그늘을 남긴다.
벌레들이 처마의 그늘 빌려 하룻밤 드러눕다 떠나듯, 새들이 산나리 꽃빛깔을 받아 안고 사사의 돌담 그늘 빌려 졸다 떠나듯, 세상에서 빌려 쓴 모든 생명은 저와 같아서 어느 날 불현 듯 한 줄기 연보라 빛 바람에 이끌려 훌쩍 지상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그늘은 환한 흔적으로 남기도 한다.

이상한 일이다.
그가 있을 때는 몰랐던 일
골 깊게 파인 이렇게도 큰 자리였음을
텅빈 공간 긴 침묵 속에
젖은 눈물 그리움으로
울컥 울컥
가슴 밑바닥 적셔 오는
주체 할 수 없이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 그 어둡던 터널을 지나면서- 전문

시의 행간 속의 빈 가지는 <가슴 밑바닥 적셔오는 /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로 그득 넘쳐흐른다. 시간의  뒤안길에서 어쩌면 남편처럼 자신도 이 지상을 떠나야할  지금의 이 자리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화자에게 그만큼 상실의 뒤쪽은 차갑게 젖어 있다.

저문 해 기우는
시간의 낡은 의자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본다.

속절없이
순서 없는 슬픔으로 노닐다
몽혼(夢魂)의 뭉갠 입술
대사없이 막 내리는
지상에서의 간이역에서
막차를 기다린다.
- 막차를 기다리며- 부분

편안히 앉아서 다리 쭉 뻗게 하고 마음 놓도록 하는 것은 무엇이나 의자가 아니겠는가.
흐르는 강물은 산이나 하늘빛의 의자이고, 싱싱한 나뭇가지가 새나 잠자리의 푸른 의자이거나, 수직의 유리창이 햇살 비스듬한 의자이고 불길 지나간 뒤의 식은 재는 연기의 의자이며 침묵이란 오래된 말의 의자이다.
화자가 이런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서녁 하늘은 낮게나 낮게 기울어지고 산그늘이 조금씩 길을 지운다.
시는 어쩌면 자기를 비춰보는 거울 같은 것이고, 또한 주위의 어둔 곳을 밝혀 주는 등불 같은 것이지 모른다.
시가 거울로서 이해 될 때  시는 자아를 되찾고 멀리 내다보며 자아가 지나온 길을 비추어 주는데 기능적으로 작용한다면 시가 등불로서 이해 될 때 시는 자아의 사회화가 수반되는 길로 나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송죽 시인의 시집 <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나니>는 다소 어조 중심으로 기울러져 시의 행간들 속에 깃든 선명한 의식의 풍경이 가리워져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삶이 주는 상처와 이에 대한 생명적 가치의 포옹을 통해 높은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믿음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부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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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죽
  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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