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연습
이 해 웅 시인 <부산대학 국문과 교수>
종교적 차원에서 "부활"이 성경에서 말하는 단순히 죽었던 예수가 되살아나는 의미에서의 "부활"로 극히 한정된 의미에서의 해석에만 우리를 묶어 두지만 않는다면 "부활"은 우리에게 끝없는 사변적 논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는 명제로서 그 전가를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무릇 인간의 내세에 대한 믿음이나 종교적 의미에서의 "부활"이 유한한 인생으로서의 자연적 삶에 대한 순응이 아닌 무한한 삶을 희구하는 인간 욕구의 발로라고 볼 때 이것의 극복은 "부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는 길이며 , 그것은 곧 인간으로서의 자기 완성에 대한 끊임없는 집념의 표현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부활"을 놓고 필자는 최근에 출간된 박송죽 시인의 시집<열쇠를 찾습니다>를 예로 들어 그 구체적 실상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박 시인의 경우 시와 종교는 하나의 목적<구원> 달성을 위한 이원적 방법론을 견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시 자체가 기도의 일부로서 종교와 일체화해 있음을 볼 수 있다.
==만물이 흔들리고/ 흔들리는 바람 끝에/ 주검을 거쳐 다시 소생되는/ 신비로운 생명의 환희/ 부활 열쇠를 찾습니다/ 내가 선 이 땅에/ 나의 현주소를 찾기 위해/ 잃어버린 열쇠를 찾습니다// <열쇠를 찾습니다1> 일부
박 시인의 시집에서 전체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연작시<열쇠를 찾습니다>에 나오는 "열쇠"는 "마음의 빗장을 " 열고 " 내 안에 감금된 나"를 찾아 부활함으로써 이룩되는 동일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시인이 추구하는 바의 구경<究竟>이 무엇인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 생명의 핵 속에/ 속속들이 다 내어준/ 너 속의 나의 죽음은/ 용광료와 같이 불붙는 사랑/ 후회 없이 다 바친 목숨의 거름이고 싶다= <두엄으로> 일부
이 시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人>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인의 구도자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은 한 알의 밀알이 해체되면서 그 속에 "생명의 핵"을 키우는 자기 희생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하나의 값진 부활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닫음"이란 "열림"을 전제한 "닫음"이며 이"열림"은 통과제의<通過際儀>로서 시인이 치루어야 할 시련을 통해 비로서 도달되는 세계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희생으로서의 부활과, 그 결과 성취되는 자기 구원은 박 시인의 개인적 삶에 귀착되고 마는 이기적 사고의 발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열쇠를 찾습니다5>나 <열쇠를 찾습니다13>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시대의 어둠을 함께 열어가야 하는 역사의 주제자로서의 질긴 사명감에 불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민주화의 제단 위에/ 깨끗하고 정결한/ 죄 없는 어린 속죄양/ 제물로 바쳐진/ 아 가슴 찢는 / 이 아픈 시대에/ 부끄러운 어른들이여// <열쇠를 찾습니다5 ***비애, 그 시대의 현장2**에서
===아직도 어둠이 뒤덮힌 이 땅/ 아직도 오열의 흐느낌이 체 가셔지지 않는 이 땅/ 아-- 이 땅에 동이 트는 새벽은 / 언제 오려나// <열쇠를 찾습니다13> ***초혼제 일부**
여기서 우리의 시선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앞에서의 끝없는 부활 연습이 아직도 채 열리지 않는 이 시대의 어둠이라는 덫에 걸려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편의 시를 두고 내용과 형식적 측면에서 보고자 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전술한 바와 같이 일찍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줄기차게 논의되어 온 비평의 두 주류이다. 문제는 그것이 그 시대의 형편에 따라 번갈아 가며 그 시대를 압도해 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박 시인의 시가 한결같이 강한 주제성을 가지고 시적 톤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직도 이 시대를 뒤덮고 있는 어둠으로 하여 대다수 국민이 이 시대가 주는 궁핍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으며, 그것은 곧 시인의 양심이 시대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1989년1월호 <사회와 예술>
|
|
우직하고 푸근한 순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