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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해방직후의 역사의 언저리


해방직후의 역사의 언저리
            - 소련군에게 짓밟힌 함흥시-




해방이 되자 얼마간은 길이 보이지 않았다
혼돈과 무질서만이 난무하는 거리
스산한 바람은 또 하나의 거대한 절망을 안고
광복의 기쁨 보다 살아남기 위한 절규의 비명으로
따발총 메고 쩌벅 쩌벅
저승사자와 같은 소련군의 군화소리에 질려
낮이나 밤이나 절망의 끝 바람 끝에 서서
영혼의 성벽은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그들은 굶주린 이리떼였다
모조리 집어 삼키려 으르릉 되는 굶주린 이리떼다.

여자라는 여자는 다 숨어 살아야 했다
소중한 물건이란 물건은 다 빼앗겨야만 했다
얼마나 무식했던지 빼앗은 시계 하도 많아
발목까지 주렁주렁 차고 다니며 어린애 장난감 갖고 놀 듯
심심하면 따발총 난타시켜 하루에도 몇 명
통곡으로도 감당 할 수 없이
억울하게 가마니에 쌓여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채
시체는 쓰레기처럼 매장되어야 했다

그렇게, 그렇게 다 말할 수 없는 일 그렇게
살덩어리 썩어가며 한 발자국도 다가 설 수 없는 자유
희색 빛 공포로 토굴 속에서 오돌 돌 떨며 숨어 지켜봤다
죽음 범벅이 된 날들 부여잡고 남정네 옷 입고 남자 행세해야 했던
울 언니와 함께 숨도 못 쉬며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그렇게 죽음의 냄새를 토해내며
토굴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뼈를 깍은 아픔 견뎌가며
살아보리라 앙가짐 쓰던 아-- 언니도 저승길 가고
모진 목숨 박복한 이 가수내만이 살아남아
송곳이빨 가는 세상 아픔으로 사지을 틀며
나만 살아 죄가 되어, 나만 살아 죄가 되어
잔인한 추억 안고 치 떨며 통곡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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