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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병원 문을 나오면서 내가 나에게

   병원 문을 나오면서 내가 나에게

            
                  참 미안 하구나!
      바래고 바래 진 팔십 다섯 아리랑고개 넘으며
   소처럼 머슴처럼 혹사시켜 세월 속에 삭아지고 무너지고
       마침내 순백의 뼈 기둥마저 삭아지고
             식구들이 먹다 남은 음식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여 쓰레기통이 된
     동맥과 정맥에 탁류가 흐르다 수채 구멍처럼 막혀
      어디선가 멀고도 가까운 저승 문전 서성이며
         아파라, 아파라 백발번뇌 찬 바라소리로
        무인도에 혼자 남은 빈방에서 날밤을 새며
        가랑잎 떨어져 뒹구는 안쓰러운 그 소리!

           미안 하구나! 정말 미안 하구나!
    삶의 무게 감당할 수 없어  쓰러지고 넘어져
         생매장당한 내 청춘아 미안하구나!
  고생문이 훤히 열린 인생 초년생 시집와서 오늘까지
      위암으로 돌아가신 언니가 남겨둔 조카들
        시집 조카들과 막내 시누이등 모두
   멍 치 끝에 아려드는 이름도 모를 병을 앓게 했던
        긴 행로를 되돌아보니 울 컬 울컥
             교신이 끊긴 빈 허공,
        저승문전에서 목숨의 태를 풀고 있구나.

육체의 모든 기능이 상실된 고장 난 내 몸을 리모데링 한다고 병원마다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나 그 보다도 처방해준 약도  순서대로 먹기도 힘들다.
돌아가신 김 병규 선생님이 “별 흐르는 밤에”이란 내 수필을 보고 “가슴이 찡하게 아프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삭혀지지 않는 옹처럼 멍 치 끝이 아려든다.
생각하면 어떻게 그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살아 왔는지 나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해 본다.
위암으로 언니와 형부가 3년 간격으로 돌아가신 후 다섯 살 네 살 세 살 된 어린 조카들이 오 갈 데 없는 고아가 되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모라고 찾아왔다.
시집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발걸음도 조심하며 살아야 했던 초년생으로 그 아이들을 시집 식구 몰래 삼복도로에 자그마한 월세 방을 얻어 데리고 온 자식들처럼 몰래 키우는 과정이 너무도 힘겨웠다
시아버지는 교장선생으로 울산에서는 오모라 선생이라 하면 다 알 정도로  엄하고  덕망이 있으신 분이셨다.  시어머니는 호랑이 할머니라고 별명이 붙을 정도였고 시누이 여섯 명의 등살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친정 조카들 모두가 폐결핵에 걸려 병원 치료를 하는 그  과정이 너무도 힘겨웠다.
지금 하바드대학교수인 큰 아들과 수도사제가 된 작은 아들을 업고 영도다리에 가서 물에 빠져 죽으려고 밤중에 가는데 시커먼 바다를 보고 둘째가 너무 악쓰면 우는 소리에 놀라 영도다리 밑에서 점치던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나와서 자살도 실패하였다.
나는 친정 조카들을 생각하면 멍 치 끝이 아려 든다.
항상 내가 그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성장하면서 부터는 눈치 보면서 내 본심을 몰라주는 것이 안타깝고 야속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그 조카들도 시집 장가가서 잘 살고 있지만 내 자식처럼 키우던 큰 조카가 사업을 한다하여  남편 퇴직금과 그 이외에 조금 있던 돈을 다 사업 밑천으로 주었지만 얼마 못 가서 사업에서도 실패하고 단 명으로 이승을 떠났다.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의 연속이라 하지만 굽이, 굽이 산 중령 같은 삶의 생리통을 모질게 앓으면서도 용케도 살아온 세월이라 헬렌캘러의 말처럼 “포기 하지마라,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란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 처 럼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간이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면서 오직 바라고 원하는 것은 내가 뿌린 씨앗들이 잘 자라서 열매를 맺고  꽃을 피워서 세상에 단맛 내었으면 좋겠다.

2021 4/ 1 =스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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