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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아름다운 목숨 값을 지불하기 위하여

                    

익숙하지 못한 솜씨로 조각을 한다.
날카롭고 예리한 조각도로 메스를 가하는 내 손 놀림에 따라 나무는 살점 묻어나는 아픔도 참아가며 원형을 잃어간다.
나는 언젠가 등산길에서 돌아오다 모양이 좋은 괴 목 하나를 주었다.
모양새가 마치 잘 생긴 호랑이 같기도 하고 성난 표범 같아 잘만 다듬어 놓으면 가치 있는 진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막상 다듬어 손질하려고 생각하니 영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공예가에게 의뢰하자니 더더욱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 그냥 바가지 공예를 하던 서툰 솜씨이지만 내 손으로 한번 빚어 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한동안 방치하여 두었던 조각도를 꺼내 놓고 죄 없는 나무의 살점을 차례로 메스를 가해 본다.
아주 잔인하리만큼 있는 힘을 다하여 손끝에 힘을 주는 강도에 따라 살점은 더 깊게 더 큰 아픔으로 떨어진다.
어쩌면 아픈 고통과 인내로 희색 빛 슬픔을 깔고 순수한 원형을 잃어 가는 이 나무에게는 큰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이 처럼 인생에 있어서나 자연에 있어서나 사물에 있어서나, 자기가 되어 간다는 과정은 아픔이며 고통의 연속이다.
지금 내 손에서 죽은 나무로 보이는 이 괴 목 역시 여러 차례 아픔의 고통이라는 과정을 수많은 세월 속에서 감내하며 생명체의 나무로 이렇게 굵고 모양새가 좋은 나무로 성장하여 최후를 마치었으리라.
그리고 어쩌다 아린 인연으로 오늘 나에게 와서 다른 모습의 자신으로 변신되어 가기 위한 과정에 있어서 지금 나무는 최후의 고통을 지불하고 있다.
나는 하던 일손을 멈추고 깊이 생각하여 본다.
싫던 좋든 자기 의사와는 다르게 세상에 태어난 우리 자신도 어쩌면 누군가의 손에 의하여 아니면 세월이라는 시간의 얼레에 조각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마치 건축사가 치밀하게 계획된 모형도를 앞에 놓고 견고하고 우아하게 건축하기 위하여 고심하여 기둥을 세우고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이 나는 내가 되어가기 위하여 온전히 나를 내맡기고 어떤 고통이나 아픔을 감내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숙명처럼 지워진 자기 운명 앞에 순종하며 우주만물을 다스리며 지배하고 계시는 절대주권자이신 하느님의 손에 의해서 세월이라는 조각도에 매질 고운 아픔을 겪으며 고통으로 지불되기 위하여 또 하나의 나로 빚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저마다 자기가 되어가는 자아실현과 성공적인 삶이란 고통과 아픔과 인내의 전력투구로 얻어지는 산물이라면, 그 고통 속에서 내가 나로 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투자하며 헌신적인 삶으로 오늘의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가야 할까.
요즘처럼 복잡하게 다원화되어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공동체 속에서 형제적인 사랑을 나누며 조금이라도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 왔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여 보나 어느 것 하나 “예”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사실 그렇다. 나는 정말 많은 세월을 무거운 나이를 이고 살아왔지만 따지고 보면 나 자신만을 위하여 탄력성 잃고 무기력하게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다. 입으로는 사랑을 내뱉지만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 받기를 좋아하면서 사랑에 빚진 자로 오늘을 살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아픔으로 원형을 잃어가며 매질 곱게 다듬어지는 나무처럼 내 이기로운 모난 성격도 깎이고 깎이어 가면서 진실로 나는 나로 되어야 할 것 같다. 타성적인 모순에 빠진 이기적인 내가 아닌,  지금 내 손에서 아픔을 감내해야하는 나무처럼 하느님께서 빚어주신 본연의 나로 아픈 살점 뜯어내는 고통과 시련이 닥칠지라도 참고 견디며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참으로 아름다운 목숨 값을 지불하기 위하여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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