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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세월 속에 이별 연습을 하며

    세월 속에 이별 연습을 하며
     -   흔적을 지우며 흔적을 남기며-
 

    언제나 인생의 마감 날 같은 밤을 지나고 새롭게 탄생되어지는 생의 첫출발 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가 마음속에 뜨거움으로 일게 한다.
왜냐면 영원이라는 그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어제의 나는 묻혀 버리고 나는 나이지만 분명 어제의 내가 아닌 나로 미동하며 평화로 숨 쉬는 아침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은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마치 막 잠에서 깨어나 눈 부비며 아장, 아장 걸어 나오는 손녀의 귀여운 걸음처럼 채 가셔지지 않는 엷은 어둠을 업고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뜰아래 나뭇잎 사이로 물장구치며 다가온다.
  참으로 기분 좋은 아침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만리 향<금목서>나무가 꽃을 피우더니 그 향기가 온 집안 가득히 번진다.
  온 몸으로 배어오는 그 향기를 맡으며 나는 인간이라는 숲속에서 어떤 향기를 내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을까?
  값비싼 향수를 온 몸에 뿌려서 내는 그런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우러나오게 하는 인간의 향기.
  그  향기는 삶의 보람을 가꾸며 인간답게 살면서 가정이나 이웃이나 더 나아가서 사회나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다 함께 잘 살 수 있게 하는 생존질서 안에서 내는 생명의 향기가 아닐까.
  결국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내가 나 답 게 되어 간다는 것이며 내가 나답게 산다는 것은 그 무한한 시간 속으로 잠적해버린 잃어버렸던 나를 생명체의 결정체로 다시 만나는 길이 아닐까.
지난 날  미국 큰 아들이 보내왔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손녀와 손자의 사진을 보다 말고 마치 수채화 속에 봄 같은 미소를 띠우고 있는 단발머리의 소녀를 만나 아래의 시를 읊어 보았다.


                   "흑백 사진
먼지 묻은 앨범을 정리하다/ 유년의 초록빛 봄 동산,
들꽃 향기 가득히 안고/ 무지개로 피어나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어디서 본 듯한 단발머리 가수내
그는 저 만 치 / 아주 저 만치 / 초록빛 축복 속에
목련꽃 웃음을 터뜨리며 서 있고 / 나는 깎아 세운
세월의 물기둥에 기대서서 / 핏발선 겨울 민둥산
바람 부는 날 바람으로 / 눈물로 하이얗게 바래진
흰머리 휘날리고 서 있구나.//
초록빛 눈 달고 사랑니처럼 돋아나는 / 흑백사진 속에서....,

  분명 사진 속에 그 단발머리 소녀는 나 자신인데 왜 지금의 내가 아닌 먼 거리에 꿈 많던 소녀로 세월 속에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 있을까.
  수없이 흘러 보낸 시간이란 하이얀 단절의 벽을 사이에 두고 추억은 애뜻한 그리움으로 살아서 숨 쉰다.
  그러나 결국 따지고 보면 오늘의 내가 아니다. 다만 성장을 꾀하는 단계적인 과정 안에서 탈바꿈 되어가는 이별과 입맞춤하는 또 하나의 나일뿐,
  그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 거리에서 향수의 나래 짓으로 오늘의 나에게 손짓한다.
  젊음이란  값비싼 자산을 가지고 패기 넘친 자신감으로 어떤 일이나 적극적으로 보람을 가꾸며 진선미의 삶의 가치를 몸으로 익히려 노력하던 너는 어디 가고 자신감 없는 무력함으로 일관 된 노을 깔린 풍경 속에 날개 접은 새의 흔들림으로 움츠리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그 많은 세월 속에서 그런대로 성실과 인내로 인간이 사는 울안에서 단맛내고 향기로운 내가 되고자 무던히 안간힘 쓰며 수없는 고통과 친숙해지며 그 고통이라는 숲을 왕래 해 왔다.
  그러나 흰머리의 무거운 나이를 이고 아직도 인간이면서 인간다운 향기를 내지 못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부끄러운 자신이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
  분명 산다는 것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고 그 목적은 역시 나 답 게 사는 자아실현의 완성일 것이다.
  그 자아 완성이란 나에게 생명체로 허락하신 절대자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자아 완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로 완성 되어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을까.
  참으로 세월이라는 시간 속에 삶으로서 이력서를 써가며 수없이 흔적을 남기고 또 흔적을 지우며 후일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나  혹은 나를 아끼며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생명의 물오른 환희가 무성하게 흔들리며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이 은혜로운 계절에 나는 얼마만치 잘 삭혀진 머루 알처럼 농밀한 단맛과 향기를 내고 있을까.
  그저 뼈 속 까지 아려드는 찬바람을 안고 낙엽을 밟으며 노을로 지는 노을 속에 막차를 기다리며 이렇게 서 있다.

2021 길       문학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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