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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운영자
Subject   수채화 속에 환생하는 봄


오랜만에 산에 갔다. 어느새 온 산과 들이 초록빛으로 출렁인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속내의를 벗지 못한 자신인지라 그저 봄이 오고 있구나 하고만 생각한 터였다. 그러나 봄볕이 완연하다.  한 동안 아픈 체 하느라  늘 아침마다 찾자오던  산을 몇 해 가까이 뒷전에 접어둔 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산이라 그런지 마치도 견디기 힘든 시집살이를 잠시 떠나 어머니가 계시는 친정 집을 찾아온 듯한 포근한 안도감이 잔잔한 설레임의 뜨거움으로까지 번진다.
매년 새해마다 순회하는 사계를 통하여 맞이하는 이 봄.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환희를 안고 봄은 푸른 소망의 빛으로 출렁이며 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란스럽지도 성급하지도 않는 수줍은 새 색시 걸음으로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저 조용한 침묵으로 다가오고 있는 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아픈 인고의 고통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렀으리라. 어둠이 깊으면 깊을 수 록 빛이 강한 것처럼 견디기 힘든 겨울을 용케도 견뎌낸 대가로 지금 대지는 온통 촉수 높은 물오른 연초록 빛 생명을 뿜어 올리지 않는가. 마치 산모가 말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아픈 고통을 치르고 난 후에야 옥동자와도 같은 아기를 안고, 세상이 가져다 주는 어떤 귀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새근거리며 꿈결을 헤메이는 아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은 흐뭇함을 안고 말이다. 봄은 지난해도 올해도 말없이 자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피를 뜯는 산고를 치르고 있다. 어쩌면 죽어야 살리라는 생명 법칙의 신비를 일깨워 주고자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아침의 새벽빛은 맑고 투명하다. 간혹 응석 섞인 어리광으로 다가오는 소슬바람에 이제 막 고개 내민 어린 풀잎들이 간지럽다며 깔깔거리는 것 같다.  먼 산허리를 감고 돌다 풀러 가는 안개 속에 침묵으로 서 있는 울울 청청한 소나무들의 합장은  마치 경건한 모습으로 서서 기도하는 모습 같다. 어쩌면  지상의 모든 아픔을 속 깊이  끌어안고  침묵으로 기도하는 그 기도는 우주 만물을 사랑으로 생명을 뿜어 올리는 힘의 원동력 같다. 그 힘의 원동력은 자연의 숨결이며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이의 얼이 서려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사랑으로 다가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내어주고도 모자라 끝내 목숨까지도 다 내어주고 생명의 거름이 되어 다시 새 생명으로 환생하는 부활의 신비와도 같고  영원불멸한 연민의 모성적인 사랑으로 대지를 품어 안고 땅 심 깊은 뜨거운 피 돌림으로 생명의 꽃을 피워 올리는 자연 속에 신의 숨결은 살아 숨쉰다.  어쩌면 초자연적인 신성과 권능을 감추시고 우주적인 고통을 끌어안고 치르신 십자가의 죽음 뒤에 오는 부활과도 같은 영원성을 보장해 주는  하느님의 신비이고 자비의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한량없으신 자비의 손길인 생명법칙에 따라 지금 생명의 봄은 뜨거운 피 돌림으로 크고 빛나는 설레임의 환회로 대지에 생명의 축제 마당을 벌이고 있다. 넉넉한 서정을 안고 처연한 바람 속에 맑고 화사한 연초록 빛깔로 옷단장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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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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