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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운영자
Subject   연산홍 꽃빛깔로 묻어오는 시절


  라이락꽃 향기가 방금이라도 온 전신에 배어 나올 것만 같은 싱그럽게 숲이 우거진 평화스러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친구와 함께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서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너는 누구인가.
  54년의 긴 세월을 거슬러 추억은 탯줄처럼 내 혈관 속을 타 내리는 뜨거움으로 연산홍 빛깔로 다가와 물빛 고운 파도소리를 내며 낡은 사진첩 속에서 출렁이는 이 애틋한 하늘빛 묻은 그리움이여.!!
  너는 저만치, 아주 저만치 서 있고 나는 반백의 머리를 이고 회상이라는 세월의 얼레에 감겼다 풀려날 때마다 마치 드높은 푸른 창공으로 나는 꼬리 연처럼 어떤 구속도 없는 자유로운 날개 짓 하며 잡을 레야 잡을 수 없고 찾을 레야 찾을 수 없는 모습으로 무한히 흘러버린 시간 속으로 잠적하고 있구나.
  그 시절에는 배가 고파도 진리가 살아 있고 정의가 꽃을 피우며 강한 정신력으로 어떤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굽히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생명력 있는 창조적인 삶이 우리를 패기 있는 용기로 끌어 들여서는 때로는 객기마저 부리게 했다.
  푸른 숲을 이루는 거대한 우주가 숨쉬고 있고, 시공을 초월한 생존의 기쁨이 물오른 수평선처럼 펼치게 했던 그 시절이 어느새 꿈결처럼 흘러가 버렸을까.
  지금 흑백 사진 속에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s는 고등학교 때 같은 클라스메이트이기도 하지만 남다르게 친했던 친구였다.
  그는 삯바느질을 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기죽지 않고 동생들을 거느린 장녀답게 매사에 강했다.
  처음에 그와 나는 성적으로 앞서고 뒤서는 까닭으로 인하여 무척 서로가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임 선생님이 불치의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후 나는   학급을 맡은 실장으로 부덕이 수업료를 빨리 낼 것을 강요하며 수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s는 3개월이나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알고 보니 s의 어머니는 그 당시에 과로로 쓰러져 병중에 있었고 S는 누워 계시는 어머니 대신에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연약한 소녀의 몸으로 새벽마다 조간신문을 집집마다 배달한다는 것이었다.  동생들까지도 돌봐주고 학교에 온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친구 편으로 전해 듣고 나는 무척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어머님께 친구의 딱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고맙게도 어머님께서 S를 도와주라고 선뜻 돈을 마련하여 주셨기 때문에 S 몰래 수업료를 낼 수 있었다.
  그 일이 동기가 되어 순간순간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S를 미워했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이 들었으며 그 때 나에게 비치는 S는 대견스럽고 존경스러우리 만큼 휼륭한 친구로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막내로 과잉보호로 자란 탓인지 매사에 능동적이지 못하고 친구에게도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잠재적으로 있었지만 그는 그것이 아니었다.
  남다른 명석한 두뇌도 두뇌이지만 매사에 판단력과 결단력이 분명하여 무슨 일에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 S는 늘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여 가난 때문에 병원 한번 못 가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풀겠다고 의과를 택했고 나는 궁색한 꿈을 먹고사는 시인이 되겠다고 국문과를 택한 채 저마다 삶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래서 오늘까지 서로가 살기에 바빠서 안부마저 모르며 지내지만 그는 분명 어디선가 어엿한 의사로서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일찍이 인내롭고 슬기롭게 뼈아픈 가난과 고통을 값비싸게 치른 대가로 지금쯤 세상 조화의 아름다움을 창출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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