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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운영자
Subject   종이학

요즘 나는 내 방에서 맑고 투명한 영혼의 빛살무늬를 그려가며 오색 찬란한 천 마리 종이 학이 살아서 하늘을 치솟아 오르는 환영을 본다.
푸르다  못해 원색의 아름다운 물결로 출렁이는 하늘을 향하여 티 없이 맑고 고운 꿈의 나래를 펴고파 육체의 아픈 고통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발돋움하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학이 되어 나르는 것을 본다.
그들은 언제 어느 사이에 심장에 피가 멎어 운명을 달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육체의 고통 중에서도 행복을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며 산다.
그것은 아마도 자기 목숨처럼 사랑으로 아끼고 헌신적으로 희생하며 돌봐주시는 수녀님의 뜨거운 사랑을 배우고 익혀서일까.
  피가 돌지 않아 온 몸이 시펄시펄하게 멍든 빛깔을 띠우고 마음대로 숨을 쉴 수 없어 헐떡이며 숨을 몰아 쉬는 딱한 처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천진난만한 천사와 같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사회나 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 부모가 너무 가난하여 도저히 치료하여 줄 수 없는 아이들과 병들어 양육하기가 귀찮아 아무도 몰래 비정하게 버려 두고 간 아이들, 혹은 양친 부모를 다 잃어버린 아이들 등, 한결같이 불쌍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 불쌍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지금 동래 심장병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다.
  이  심장병원을 경영하며 그들을 사랑으로  돌봐주고 계시는 분은 박미카엘라 수녀님이시다. 수녀님은 이 아이들을 자기 분신처럼 생각하고 시력을 다하여 양육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들의 병을 하루 속히 완치시켜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하여 정말 눈물겨운 노력으로 헌신적인 희생을 아끼지 않는 분이시다.
때로는 아이들이 아파서 못 견디면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밤을 밝히기 일쑤이고 수족을 못쓰는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수족이 되어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대신하여 어미 닭이 알을 품어 그 따뜻한 체온으로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듯이 몸소 사랑을 실천하며 사시는 분이시다.
나는 늘 그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무거운 죄책감이 앞선다.
허울 좋은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그들과 인연을 맺고도 크게 그들에게 도움은커녕 오히려 그들의 값진 사랑과 기도의 무거운 부채만 안고 살아가니 말이다.
이번 일만 해도 그러하다.
피가 돌지 않아 시퍼렇게 멍든 고사리 손으로 접어둔 이 천 마리 종이 학과 편지는 더 내 가슴을 아프고 부끄러운 자책에 빠지게 했다.
그들의 정성어린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박송죽 선생님 보세요.

여성문학상을 받으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희들을 도와주시는 은인님께서 상을 받으신다는 소식을 듣고 수녀님과 함께 학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는 천 마리 학은 저녁을 먹고 노는 시간에 기도하면서 만든 것입니다.
학을 한 마리 한 마리 접어서 실로 끼울 때마다 색깔이 틀릴까봐 실이 엉킬까봐 엉키면 풀어가며 색깔이 틀리면 다시 끼우면서 만든 것입니다.
저희들이 드리는 학이 선생님께 행복을 가져다 드릴 것입니다.
혹시 생활 중에 어려움이 있으시더라도 학을 끼울 때처럼 엉키면 풀어나가세요.
그리고 학을 보면서 좋은 시도 지으시구요.
우리 요양원의 어린이들 생각도 해주세요.
선생님께서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시길 두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기쁜 날들이 되세요.
                김미카엘라 수녀님과 심장병 요양원 어린이 일동

  위의 편지는 지난번 문학상 수상식 때 받은 소중한 선물인 천 마리 학과 함께 보내온 내용이다.
어쩌면 내 자식, 내 가정, 나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온 자신에게 그들은 아픈 매질의 교훈으로 생명력 있는 삶의 질과 가치가 사랑을 나누는데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더 한층 일깨워주기 위한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생각하면 문학을 한답시고 긴 날을 투자하며 나름대로 피 말리는 작업에 헌신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학이 무엇이며 신앙이, 인생이 무엇인지도 확실한 답을 구하지 못한 채 무거운 나이만 안고 시행착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자신에 대하여 때로는 깊은 좌절과 회의에 빠지면서도 절필하지 못한 채 오늘을 살아간다.
톨스토이는 "시는 모든 예술의 꽃"이라고 했고 25시의 작가 게오르규 시인은 "시인은 그 시대의 산소량을  재는 측정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처럼 피를 말리는 산고의 아픔을 치루며 오랜 날을 문학의 길에 종사하면서도 과연 누구의 영혼에 타들어 가는 사랑의 불꽃이 되었으며 물질만능으로 삶의 구심점마저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칼보다 무서운 정의로운 붓끝으로 역사 속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문학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다 하고 살아왔는가 생각할 때 이것 역시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스스로의 자책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실로 다져지는 삶의 표현이 문학이라면 더더욱 열심히 성실하게 문학의 길을 가며 손끝으로 쓰는 시나 수필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과 삶으로 쓰는 내가 되어 독자의 영혼 밭에 새 생명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열망은 가득하다.
그러나 둔재인 자신이라 아직까지 작품다운 작품도 창작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도움을 준다기보다 사랑만 받으며 마음에 부채만 안고 살아가는 자신이다.
이런 나 자신이 오늘도 건재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부금처럼 내 생명의 통장에  매일 매일 온라인으로 부쳐주는 그들의 뜨거운 사랑의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어 은총으로 지켜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내 방에는 천 마리 학이 나르고 있다.
천진난만한 맑고 티 없는 미소를 머금고 사랑은 생명의 뿌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르게 하는 자연 순리의 생명의 힘이라는 것을 무언으로 가르쳐 주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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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죽
  200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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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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