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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노을빛으로 잠적할 이 자리



                  

생명의 젖줄인 낙동강을 허리에 감고 붉은 가슴을 털어 내놓고 있는 노을빛에 수몰되어가는 을숙도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창가에 서서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추위를 타고 있다.
언제나처럼 해질 무렵이 되면 지켜보던 저 아름답기만 했던 노을빛이 오늘 따라 아픈 흔적의 상처를 되새기게 함은 웬일일까.
생의 기쁨은 짧고 절망과 고통으로 얽어가던 시간은 힘에 겹지만 지나고 나면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삭혀져 그 무게와 질량에 반비례하며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아쉬운 미련으로 남는 것일까.
그 동안 나는 철창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이 갇혀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하여 40여년 넘게 살아오면서도 감기 한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오던 남편이 과로와 뇌경색으로 쓸어져 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반신불수가 되어 병석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이의 수족이 되어 지내왔다.
설상가상으로 실어증까지 겸해서 지능지수가 단순한 사고의 다섯 살 나이가된 어린애 정도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그는 그저 산소 호흡기만 달지 않았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배고프거나 아프거나 하면 눈빛으로 호소해 온다.
그런 그이의 생각을 감지하지도 충족시켜주지도 못하는 역부족인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으로 하루에도 몇 번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설마 다시 건강이 회복되겠지 하고 누가 어느 병원이 좋다고만 하면 귀가 솔깃하여 백방으로 좋다는 병원이란 병원은 두루 찾아 다녔다. 한 방이다, 양방이다 민간요법, 물리치료 등등  심지어 침 몇 대에 백만원이 훨씬 넘는 금침도 혀 바닥이며 온 몸에 꽂아가며 맹목적인 기대와 우연한 요행을 바라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펴다 붓는 격이 되어 재산도 다 탕진해 버렸다.
이렇게 앙가짐 쓰며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여 보았지만 끝내 병만 가중된 채 그는 지상에서의 고달팠던 여정을 끝내고 투명 생활 8년 만에 그 무겁고  칙칙했던 육체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다.
그를 보내고 얼마 동안은 눈길마다 발길 따라 지워지지 않는 환영과 흔적 때문에 착각 속에서 어디선가 그이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황급히 이 방 저 방문을 열고 실망 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조석으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어야 산다는  생각으로 빵 한쪽과 우유 한잔을 식탁위에 놓고도 목이 메여 넘기지 못하고 그저 “미안해요, 미안해요”라는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 뇌이며 울컥울컥 가슴을 메이는 뜨거움을 억제 못하고 있다.
이런 요즘의 나는 갑자기 독거노인으로 전락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되지 못한 채 얼빠진 멍청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만  보아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 구속 없는  자유가 오히려 구속을 더 요구하는지 두문불출 외출하기가 싫어진다.
어쩌다 꼭 볼일이 있어 거리에 나서면 낮 설고 생소하여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고 마치 새장 속에 갇혀있는 새가  밖에 나와도 잘 나를 수 없는 것과 같이 언제나 신호등 불빛에 발 묶인 자세로 망연자실로 방향감각을 잃은 채 낭패감에 젖을 때가 많다.
서글프다. 어느새 낙엽 지는 무거운 나이를 이고 세월의 뒤안길에서 밀려나 바람막이 하나 없는 허허한 벌판에 혼자서서 온 몸  추수일 수 없는 추위를 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노년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고독과 쓸쓸함으로 나이테를 감으며 내 인생의 여정이 얼마만큼 허락될지는 몰라도 남은 날 남은 생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으며 그대에게 편지를 쓰노라.



               저승사  안부 편지

있는 자리  마음자리
자리마다  묻어있는 그대 떠난 빈자리
오늘은 차례 상을 차려 놓고
아이들과 함께 문안드립니다.

봄이라 초록 문 열고
앞 다투어 다시 찾아와
울끗 불끗 방긋거리며
향그런 생명의 노래
색동옷 입게 하 것만
마음 두고 몸만 떠난
저 세상의 재미는 어떠신지요?

눈 오는 날 행여 추울까
비오는 날 행여 몸 적실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가슴 한 컨 바람소리 멎지 않아
울컥 울컥 쏟아지는
이 뜨거운 진홍빛 눈물.
그대는 보고 계시는지요.?

황망한 걸음 단숨에
어디론가 홀로 훌쩍 떠나더니
길이 멀어 닿을 수 없어
길을 잃어 돌아 올 수 없어
영영 어찌하여 교신마저 끊어버리고
영원한 침묵 속에 안타깝고 사무치는
슬픈 강이 되어
끝간데 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에
목마른 사슴이 되어
뿌리 내릴 수 없는
저승으로 보내는 이 편지 ,
받아 보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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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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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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