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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송죽
Subject   아린 한의 절규와도 같은 귀뚜라미 울음소리



                  

무서우리만큼 기성을 부리던 무더위도 한 풀 기가 꺾이었는지 입추와 말복이 지나면서부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느낌으로 피부를 자극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가을인가 보다.
보름이라 그런지 달이 몹시 밝다.
온 종일 그처럼 소란하고 시끄럽기만 하던 도시가 고요의 늪 속에 가라앉고 중천에 수정같이 맑고 푸르다 못해 빙하의 긴 강을 이루고 있는 밤하늘의 정취가 마치 가슴 아린 한의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 올리고 외씨버선 발로 걸어가는 소복한 여인의 뒷모습처럼 슬프게 느껴지는 밤이다. 이런 밤이면 왠지 가슴 한쪽이 비어 있는 것 같은 공허감을 억누를 수 없다.
사방이 고요로 가라앉은 이 밤 .
나는 잠자리를 털고 베란다에 나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낙동강을 배경으로 펼쳐 저 있는  명지 마을이 물먹은 가로등 불빛처럼 크로즈 되어 있는 것을 본다.
나는 사계 중에 가을을 좋아한다.
봄은 소생의 만남이고, 여름은 안주의 희락이고, 가을은 조락의 이별 같은 계절이라 스스로 성결함을 채우기 위하여 아픈 가슴으로 영가를 부를 수 있게 자극하여 주는 것 같아 내게는 더더욱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그러나 무거운 이 나이에 와서 맞이하는 가을은 막연한 그리움에서나 이상향에 발돋움하던 분홍빛 베일에 싸여 있는  센티가 아닌 그저 인생여정을 되돌아보는 후한과 더불어 옷깃을 여미듯이 생의 장막을 접어 걷고 돌아가야 할 마지막을 위한 준비 같은 서글픔이 늘 내재되어 있는 그런 센티 인 것 같다.  마치 세포가 분열되어 독립체로 생명을 형성하여 가듯이  아이들이 다 성장하여 하나 둘 뿔뿔이 저마다의 자기가 가야할 길을 찾아 떠나고 난 지금은 무인도에 홀로 남은 소외된 외로움이 추위를 타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어미 품을 파고들던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체온 가까이 가서 온기를 나누고 싶은 심정이 될 때가 많다.
사방은 고요하고 푸른 달빛이 출렁이는 한 밤인데 어디에서인지는 몰라도 간간히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승학산이 가까운 탓일까 아니면  이사 올 때 베란다에다 옮겨온 꽃나무와 분재들로 작은 숲을 이루는 내 나름대로의 뜰을 만든 곳에서 일까?
마치 연실을 뽑아내듯이 슬픈 가락으로 이 가을을 노래하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슴속 밑바닥에서 잠들어 있던 기억들을 들추어내어 자극하며 다가오게 한다.
가을의 풀벌레 중에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그리움이 묻어있는 애절함으로 다가와 하나의 향수 같은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가장 슬픈 빛깔로 가장 저린 아픔을 안게 하는 저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왠지 듣기만하여도 가슴 밑바닥 까지 저러오는 것은 웬일일까.
그 동안 우리는 일제의 간악한 탄압에서 조국마저 빼앗기고 고통과 시련으로 점철된 한 맺힌 세월을 굴욕적으로 살아온 슬픈 한이 민족의 맥박으로 우리의 얼속에 상처로 남아 있는 탓일까.
나는 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을 때 마다 우리의 조상들이 허기를 참아가며  보리 고개를 넘으며 듣던 울음소리와 물질이 너무 풍부하여 식곤증에 빠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듣는 소리는 완연히 그 밀도와 차이가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과거에 우리가 자랄 때는 만능천재를 만들기 위하여 스파르타식이나 주입식으로 인간을 기능공으로  만들기 위한 외골수의 교육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 한다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 양심이 가르치는 법을 잘 지키며 인간답게 살아가면서 삶의 진리를 터득하며 찬란한 배달민족의 긍지가 살아서 숨 쉬는 문화를 창출하며 살아왔다고 본다..
우리가 어릴 때 초가집에 있는 섬돌 가에서나 이슬 내리는 장독대 옆에서 꽈리가 빨갛게 익어갈 무렵 밤새 목청 다듬어 울어주던 그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지금은 화려한 빌딩 숲의 네온싸인에서 아니면 세멘트 바닥의 틈 사이에서 소음 공해라는 죄명을 쓰고 아픈 절규로 소리를 내어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케치프레이를 들고 인간구원을 부르짖는 신의 아픈 비애의 절규와도 같이 이한 밤을 지새우며 울고 있는 저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함께 내 마음도 마냥 흐느끼고 있으니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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